15화에서 첨가물 이야기를 했습니다. 화학 이름을 일상어로 번역하는 작업. 용도를 분류하는 작업.
그런데 이 모든 작업의 기준이 되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법. 정확히 말하면, 식약처가 고시하는 규격입니다.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이라는 고시가 있습니다. 어떤 첨가물이 어떤 식품에 얼마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를 정해놓은 규정이에요.
그리고 ‘식품등의 표시기준’이라는 고시도 있습니다. 성분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어떻게 표시해야 하는지를 정해놓은 규정이고요.
이 규정들이 바뀌면, 서비스도 따라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첨가물의 사용 기준이 변경되면 서비스에서 보여주는 정보도 업데이트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첨가물이 허가되면 사전에 추가되어야 하고, 사용이 금지된 첨가물이 있으면 그것도 반영되어야 해요.
문제는, 이 규정이 생각보다 자주 바뀐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법이라는 건 한번 정해지면 잘 안 바뀌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어요.
아니었습니다. 식품 관련 고시는 꽤 자주 개정됩니다.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나오거나, 국제 기준이 바뀌거나, 현장의 필요에 의해서.
그래서 고시가 개정되면 그걸 감지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식약처에서 고시 개정 소식을 알려주는 통로가 있었습니다. RSS라는 건데요.
RSS는 쉽게 말하면 ‘구독 알림’ 같은 것입니다. 뉴스 사이트에서 새 기사가 올라오면 알림을 보내주는 것처럼, 식약처에서 새 고시가 나오면 알림을 받을 수 있어요.
이 알림을 자동으로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식약처의 RSS를 확인해서, 새로운 고시가 나왔는지를 체크합니다. 나왔으면 그 내용을 저에게 이메일로 보내줍니다.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이 개정됐습니다.” 이런 알림이 오면, 개정된 내용을 확인하고 서비스에 반영해야 하는 거예요.
이건 기능이라기보다는 운영의 문제입니다.
앱을 만들어서 한 번 배포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규정이 바뀔 때마다 계속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처음에 이걸 깨달았을 때 솔직히 좀 막막했습니다. 고시 문서는 PDF로 되어 있고, 분량은 수백 페이지이고, 개정된 부분을 찾아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정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식품 성분 정보를 다루는 서비스라면, 그 정보의 근거가 되는 법규가 바뀌었을 때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오래된 규정에 기반한 정보를 보여주는 것은 틀린 정보를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현재 체계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고시 원문을 프로젝트 안에 보관하고 있고, 어떤 고시가 어떤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리해뒀습니다.
새 고시가 나오면 RSS가 감지하고, 감지되면 이메일이 오고, 이메일을 보고 제가 확인해서 반영하는 구조.
자동화된 부분도 있고, 수동으로 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자동화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최소한 “고시가 바뀌었는데 몰랐다”는 상황은 방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
데이터를 한 번 수집하는 것보다 데이터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
식품 데이터를 다루는 서비스는 살아 있는 규정 위에 서 있는 것이고, 그 규정이 움직이면 서비스도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이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좀 특별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는 두 AI에게 동시에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이제 그만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