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L-글루탐산나트륨.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이게 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실 이건 MSG입니다.
성분표에 적혀 있는 첨가물의 이름은 대부분 화학 명칭입니다. 사람이 일상에서 쓰는 말이 아니에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5화는 그 이야기입니다.
식약처 원재료 사전에는 첨가물이 약 3,800종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이 첨가물들을 살펴보면, 이름만으로 뭔지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잔탄검’이 뭔지 아시나요? 식품의 점도를 높여주는 물질입니다. 드레싱이나 소스가 흘러내리지 않게 해주는 것이에요.
‘이산화규소’는요? 습기를 막아주는 물질입니다. 분말 식품이 뭉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에요.
이런 설명을 성분표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화학 이름만 적혀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 두 가지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하나는 첨가물의 ‘용도’를 분류하는 것. 이 첨가물이 왜 들어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에요.
감미료, 보존료, 유화제, 향미증진제, 착색료… 식약처는 31개의 용도 분류 체계를 이미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류 정보가 API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API에서 첨가물 정보를 조회하면, 이름과 코드는 나오는데 “이 첨가물은 감미료입니다” 같은 용도 정보는 없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용도 정보가 들어 있는 필드 자체는 있었는데 실제로 값이 채워져 있는 비율이 13%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첨가물부터 확인해봤어요. L-글루탐산나트륨(MSG)은 제품 데이터에서 3만 번 넘게 등장하는 첨가물인데, 이 API에서 용도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잔탄검도 1만 4천 번 이상 등장하지만, 마찬가지였어요.
식약처 고시 문서에는 있는 정보인데, 디지털 API에는 빠져 있는 거예요. 14화에서 이야기한 영양정보 문제와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분류 작업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첨가물을 먼저 골라서, 식약처 고시를 참고해 용도를 하나하나 매겨나갔어요.
L-글루탐산나트륨 → 향미증진제. 잔탄검 → 증점제. 이산화규소 → 고결방지제. 구연산 → 산도조절제.
이런 식으로요.
31개 용도 분류 중에서 실제로 소비자용 식품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14개 정도였습니다. 감미료, 보존료, 유화제, 향미증진제, 착색료, 산도조절제, 산화방지제, 팽창제, 증점제, 고결방지제, 영양강화제, 향료, 발색제, 표백제.
용도를 분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두 번째 작업이 필요했어요. 첨가물의 화학 이름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일상어로 번역하는 것.
“L-글루탐산나트륨”을 “MSG (감칠맛 조미료)“로. “DL-사과산”을 “사과산 (신맛을 내는 산도조절제)“로.
이 작업은 수작업으로는 3,800종 전부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AI의 도움을 받았어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첨가물 100개를 먼저 수작업으로 번역하고, 그 결과물을 참고 자료로 삼아서 나머지에 대해 AI가 초안을 생성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AI가 생성한 번역은 바로 쓰지 않았어요. 검수 과정을 거쳤습니다.
실제 고시 내용과 다른 건 없는지, 일상어로 바꾸면서 뜻이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혹시 공포를 조장하는 표현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2화에서 정한 원칙이 여기서도 적용됐습니다. “공포가 아니라 이해.”
“유해한 보존료”가 아니라 “식품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보존료”. “위험한 착색료”가 아니라 “식품에 색을 입히는 착색료”.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가 무서워하는 이름들 중에, 알고 보면 일상적인 것들이 꽤 있었어요.
“구연산”은 레몬에 들어 있는 신맛 성분이고, “아스코르브산”은 비타민 C의 화학 이름이고, “토코페롤”은 비타민 E입니다.
화학 이름으로 적혀 있으니 낯설고 불안해 보이지만, 일상어로 바꾸면 “아, 이거였구나” 하게 되는 것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화학 이름은 생소한 것들. 어느 쪽이든, 이름을 알면 불필요한 불안이 줄어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까지 약 620개 첨가물에 대해 일상어 번역이 완료됐습니다.
3,800종 전체에 비하면 아직 적은 숫자이지만, 실제 제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첨가물의 약 96%를 커버합니다.
왜 그런지 설명하면요. 첨가물 3,800종 중 대부분은 실제 식품에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자주 사용되는 것은 상위 몇백 개에 집중되어 있어요.
상위 620개를 번역하면, 사용자가 실제로 마주칠 첨가물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생각했습니다.
첨가물이 ‘나쁜 것’이냐 ‘좋은 것’이냐는 이 서비스가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식약처가 안전성을 평가해서 허가한 것이고, 허가된 범위 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서비스가 할 일은, “이 첨가물은 이런 용도로 들어가 있고, 일상어로는 이런 것입니다” 라고 알려주는 것.
판단은 사용자의 몫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법이 바뀌면, 서비스도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