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앱이 이미 있는 거 아닌가요?”
레오가 가장 먼저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연히 확인해봐야 했어요. 에리와 레오가 해외 앱 10개를 분석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앱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식품 성분 분석 앱이에요.
이 앱의 점수 체계는 이랬습니다. 영양 60%, 첨가물 30%, 유기농 여부 10%. 바코드를 찍으면 100점 만점에 점수를 보여줍니다. 직관적이죠.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한국 식품 데이터가 거의 없었어요.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을 찍으면, 인식이 안 됩니다.
미국 앱들도 살펴봤습니다.
영양 성분 중심으로 분석해주는 앱, 유기농 인증 여부를 중심으로 점수를 매기는 앱, 환경 워킹 그룹이 만든 독성 평가 앱까지.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하나의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었습니다. Nutri-Score는 영양, NOVA는 가공 정도, 유기농 인증은 인증 여부.
하지만 우리의 페르소나가 원하는 건 “나만의 기준”이었습니다. 임산부가 보는 관점과 알러지 환자가 보는 관점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호주에서 만들어진 앱도 있었습니다. 성분 정보를 스왑해서 더 건강한 대안을 추천해주는 방식이에요.
이건 우리도 하고 싶은 기능이었습니다. “이 제품이 안 맞으면, 비슷한 대체품은 뭐가 있을까?”
하지만 역시 한국 데이터는 없었습니다.
10개 앱을 모두 분석하고 나서, 정리한 결론은 이랬습니다.
이미 있는 것:
- 바코드 스캔 → 성분 분석이라는 기본 흐름
- 영양 성분 기반 점수 체계
- 첨가물 위험도 표시
아직 없는 것:
- 한국 식품 데이터 기반 서비스
- 개인 맞춤 필터링 (사용자마다 다른 기피 성분)
- 한국 식약처 규제 기준 반영
- 대체 상품 추천 (같은 카테고리, 내 기준에 맞는 제품)
레오가 정리했습니다.
“시장은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개인화를 진지하게 다루는 앱은 해외에도 거의 없어요.”
에리가 덧붙였습니다.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라, 각자의 기준으로 걸러주는 거죠. Yuka 같은 앱이 ‘선생님’이라면, 우리는 ‘나만의 비서’에 가까운 거예요.”
(아, 에리가 앱 이름을 직접 말한 건 이때뿐이었어요. 이후로는 “프랑스의 그 앱”이라고 돌려 말하기로 했습니다.)
시장이 있다는 건 확인했습니다. 한국에 빈자리가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만의 차별점도 윤곽이 잡혔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있다는 것과 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를 정해야 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꿈의 기능 목록을 만들고, 절반 이상을 지워야 했던 이야기를 합니다. DNA 맞춤 추천, AR 성분 분석… 아이디어의 무덤은 꽤 화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