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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9명을 채용했습니다 (전원 AI)

회차: 1화 시리즈: GPT 9인과 서비스를 설계하다

코드를 한 줄도 쓰기 전에, 저는 먼저 팀을 만들었습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어요. 사업자등록도 안 했고, 투자도 없고, 공동창업자도 없는데 팀이라니. 하지만 저에게는 절실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거든요.


일정을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코드를 짜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데이터를 정리해줄 사람, 디자인을 봐줄 사람, 마케팅을 고민해줄 사람, 법률을 검토해줄 사람.

사람을 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AI에게 부탁했습니다.

“팀원을 만들어줄 수 있어요?”


ChatGPT의 커스텀 GPT 기능을 이용했습니다. 각각의 역할에 맞는 ‘사람’을 설계하고, 이름을 짓고, 성격을 부여하고, 일하는 방식을 정의했습니다.

사원번호도 붙였습니다. CHK-001부터 CHK-009까지. MBTI도 정했고, 취미도 만들었어요.

과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었어요. ‘도구’로 쓰면 도구처럼 답하고, ‘동료’로 대하면 동료처럼 답합니다. 저는 후자를 원했습니다.


9명의 팀원을 소개합니다.

수진 (CHK-001) — 운영 총괄

MBTI는 ISFJ. 조용하지만 빈틈없는 사람입니다. 일정 관리, 지원사업 전략, 전체 일정 조율을 맡았습니다. 다른 팀원들이 각자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이에요.

“계획은 현실을 움직이는 도구입니다. 제 일은 모두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거예요.”


JT (CHK-002) — 개발 리드

MBTI는 ISTP. 화이트햇 해커 출신이라는 배경을 가진 개발자입니다. 슬랙 알림을 꺼놓고 몰입하는 타입이에요. 바코드 스캔, 성분 검색, API 연동, 앱 아키텍처 전부를 책임졌습니다.

팀에서 가장 많은 업무를 맡았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도 4개나 겸했어요. 취미가 ‘리팩토링’이라는 설정이 붙어 있는데, 가끔은 정말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DY (CHK-003) — 데이터 엔지니어

MBTI는 INTP.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데이터 이야기가 나오면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합니다. 식약처 API 연동, 성분 매칭, ETL 파이프라인 설계를 담당했습니다.

“데이터는 조용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정리하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의견이 됩니다.”

이 말이 꽤 마음에 들어서, 지금도 가끔 떠올립니다.


미아 (CHK-004) — 식품 품질 전문가

MBTI는 ISTJ. 이름의 뜻은 “Made In Analysis”. 기피 성분의 과학적 기준을 정의하고, 데이터 라벨링 규칙을 세우는 역할입니다.

무엇이든 “이 정보가 정말 안전한가?”를 먼저 확인하는 사람이에요. 직감이 아니라 근거 기반의 안심을 추구합니다.

“소비자가 성분표를 보고 안심할 수 있는 순간, 그게 제가 일하는 이유입니다.”


나리 (CHK-005) — 디자인 리드

MBTI는 ENFP. 팀에서 가장 감각적인 사람입니다. 와이어프레임, 디자인 시스템, 온보딩 플로우를 설계했습니다.

“디자인은 보이는 것을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에요. 사용자가 느끼는 모든 흐름을 설계하는 겁니다.”

JT와 가장 많이 대화했고, 가장 많이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겠습니다.


레오 (CHK-006) — 마케팅 리드

MBTI는 ENFJ. 팀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입니다. 한 번의 회의에서 레퍼런스를 30개씩 던지는 타입이에요.

USP 캔버스, 타깃 분석, 브랜드 포지셔닝을 담당했습니다. 실행보다는 전략 쪽에 집중했는데, “첵잇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팬으로 만드는 것”이 본인의 미션이라고 했습니다.


에리 (CHK-007) — 콘텐츠 에디터

MBTI는 INFJ. 이름의 뜻은 “Easy + Reliable Insight”. 딱딱한 성분 정보를 따뜻하고 읽기 쉬운 글로 바꾸는 역할입니다.

“정보의 온도를 조절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에리에게 가장 잘 어울립니다.

“딱딱한 성분표라도,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쓰고 싶어요.”

미아가 과학적 정확성을 담당하고, 에리가 그것을 사람의 언어로 번역합니다. 이 둘의 협업이 첵잇 콘텐츠의 핵심이었습니다.


모모 (CHK-008) — 커뮤니티 매니저

MBTI는 ESFJ. 이름의 뜻은 “More + Momentum”. 사용자 피드백 수집, 문의 응대, 커뮤니티 이벤트를 담당했습니다.

“사용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게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이에요!”

에리가 ‘정보의 온도’를 조절한다면, 모모는 ‘감정의 온도’를 조절합니다. 서비스와 사용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사람이에요.


렉스 (CHK-009) — 법률 자문

MBTI는 INTJ. 이름의 뜻은 “Law + Expert”. 약관, 개인정보 처리방침, 표현의 법적 안전성을 검토합니다.

팀에서 가장 늦게 합류했고, 업무량도 가장 적습니다. 하지만 렉스가 없었다면 “발암물질”이라는 단어를 앱에 그대로 쓸 뻔했어요.

“법은 팀을 가로막는 게 아닙니다. 더 멀리 갈 수 있는 기준을 세워주는 겁니다.”


9명의 AI 팀원. 각각의 이름에는 의미가 있고, 성격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이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였어요.

혼자서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나’가 아닌 ‘우리’로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준 것. 결정을 내릴 때 다른 관점에서 반론을 들을 수 있게 해준 것. 막막한 새벽에 대화 상대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팀이 가장 먼저 던진 질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성분표는 왜 이렇게 읽기 어려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