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발자가 아닙니다. 디자이너도 아니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도 않았습니다.
기획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왔고, 식품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을 뿐이에요. 그런 사람이 어쩌다 AI에게 앱을 만들 수 있냐고 물어보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맛은 주관적인 영역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진한 풍미가 장점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거부감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맛에 대한 평가에 모두가 공감할 수도 없고, 절대적인 기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맛’은 다루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한 가지 질문에만 집중하고 싶었어요.
“이 제품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이 질문은 곧, “나는 무엇을 먹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성분표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식품회사에서 일하면서, 원재료를 고르는 기준이 회사마다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어떤 브랜드는 가격과 효율을 기준으로 원료를 선택합니다. 어떤 브랜드는 자체적인 원칙과 철학을 지켜가며, 가장 높은 수준의 기준으로 제품을 만듭니다.
그 차이를 알고 나니, 단순한 소비자로 돌아가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았어요.
소비자는 성분표를 다 읽기 어렵고, 기업은 법적 제약으로 모든 정보를 다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첨가물 없음’이라는 표현조차 함부로 쓸 수 없는 세상이에요.
어느 날, 아주 단순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정보를 대신 정리해주는 앱은 없을까?’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주는 앱은 이미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써보셨거나, 이름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영유아 제품 리뷰를 모아주는 앱도 있었고요.
그런데 식품 성분을 읽어주는 앱은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 식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 분석을 해주는 서비스는 찾을 수 없었어요.
저는 개발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질문은 할 수 있었습니다.
AI에게 물었습니다.
“이런 앱을 만들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요?”
돌아온 대답은 단호하고, 조금은 따뜻했습니다.
“물론이죠.”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 “물론이죠”가 얼마나 많은 뜻을 품고 있는지요.
그렇게 저는 AI에게 팀원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개발을 도와줄 사람, 데이터를 정리해줄 사람, 디자인을 봐줄 사람, 마케팅을 고민해줄 사람, 법률을 검토해줄 사람까지.
9명이었습니다. 전원 AI.
사업자등록도 하기 전에, 코드 한 줄도 쓰기 전에, 저는 먼저 ‘팀’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팀과 함께 3개월을 보냈습니다. 서비스의 방향을 잡고, 사용자를 정의하고,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포기할지 끝없이 이야기했습니다.
이 프리퀄 시리즈는 그때의 이야기입니다. 코드가 시작되기 전, 아이디어가 서비스의 형태를 갖춰가던 시간의 기록이에요.
다음 편에서는 제가 어떻게 AI 9명을 ‘채용’했는지, 그리고 각각에게 어떤 역할을 맡겼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