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분표는 공개되어 있지만 사실상 읽기 어렵다고요. 이름은 낯설고, 같은 재료도 제품마다 다르게 부르고, 구조는 괄호 안에 괄호가 있고.
그래서 “이걸 대신 정리해주는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죠.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저 혼자일 리는 없잖아요. 분명 누군가 이미 만들어놨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해외에는 있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앱이었어요. 바코드를 스캔하면 그 제품에 0점부터 100점까지 점수를 매겨줍니다. 점수가 낮으면 같은 카테고리에서 더 나은 대안도 추천해주고요. 사용자가 5,8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식품 성분 앱이에요.
복잡한 성분 정보를 숫자 하나로 바꿔주는 거예요. “이 제품은 72점입니다” — 이러면 고민할 것 없이 비교가 되죠. 점수가 높은 걸 고르면 되니까요.
단순하지만 강력한 접근이었습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주는 앱이 하나 있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써보셨거나 이름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용자가 1,100만 명이 넘고, 성분별로 안전 등급을 매겨서 초록/노랑/빨강으로 보여주고, 피부 타입에 따라 맞춤 추천도 해줍니다.
이 서비스가 증명한 것이 하나 있어요.
한국에서도 “성분을 보고 제품을 고르고 싶다”는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화장품에서는 이미 검증된 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식품에서는… 아직이었어요.
식품 쪽에서 가장 가까웠던 서비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식품 원재료의 위해성을 분석해주는 앱이 있었어요. 투자도 받았고, 1만 5천 개 넘는 식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고 합니다. 아마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어떤 서비스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2022년에 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
정확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밖에서 보이는 몇 가지가 있었어요.
하나는 표현의 문제였습니다. “위해성분”이라는 프레이밍을 썼는데, 이게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냐는 비판이 있었다고 합니다. 식품첨가물은 식약처가 안전성을 평가해서 허가한 것인데, 그걸 앱에서 “위해하다”고 표현하면 근거 없이 공포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또 하나는 수익의 문제였습니다. 성분 분석만으로는 수익 구조를 만들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요.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나서, 그 다음 단계(구독이든 커머스든)로 넘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세 서비스를 살펴보면서, 저는 몇 가지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그 앱에서 배운 것: 복잡한 정보를 단순하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 사람들은 성분을 하나하나 공부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거 괜찮은 건가요?”에 대한 답을 원한다는 것.
화장품 성분 앱에서 배운 것: “성분을 보고 제품을 고르고 싶다”는 수요는 한국에도 있다는 것. 다만 그건 화장품이었고, 식품은 아직 빈자리라는 것.
종료된 그 식품 앱에서 배운 것: 이 분야는 표현을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 “유해하다”, “위험하다”는 말을 함부로 쓰면, 오히려 서비스 자체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것.
특히 마지막 사례는 오래 생각했습니다. 같은 분야에서 먼저 시도한 서비스가 문을 닫았다는 건, 그만큼 이 길이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직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하나의 원칙을 정했습니다.
공포가 아니라 이해.
“이 성분은 나쁩니다”가 아니라, “이 성분은 이런 목적으로 들어갑니다. 당신의 기준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판단은 사용자가 하는 것이고, 서비스는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서 건네주는 것.
이게 CheckEat의 출발선이 됐습니다.
방향은 잡았어요. 그런데 방향을 잡는 것과 실제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그래서 실제로 뭘 만들기로 했는지”, 어디까지를 첫 번째 버전의 범위로 정했는지를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