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발자가 아닙니다.
코딩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도 않았어요. ‘파싱’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도 잠깐 멈칫하고, ‘API’는 처음 들었을 때… 네, 검색부터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지금 저는 제품 100만 개가 들어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붙잡고 살고 있습니다. 가끔은 저도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하고 웃게 돼요.
시작은 정말 사소했습니다. 호빵이요.
집에 우연히 호빵이 두 개 있었어요. A 브랜드 호빵, B 브랜드 호빵. 둘 다 ‘친환경’이라고 불리는 채널에서 산 제품이었고, 왠지 모르게 “좋은 재료로 만들었겠지” 하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브랜드들이었죠.
그런데 별생각 없이 뒷면을 뒤집어 봤다가, 저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성분표가… 꽤 달랐거든요. 이미지는 비슷했는데, 들어간 것과 섞인 방식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그게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약간은 무서웠고요.)
그래서 욕심이 생겼어요. “그럼 다른 곳은 어떨까?”
A, B, C, D, E 브랜드. 여러 채널에서 판매하는 호빵들을 하나씩 찾아서 성분표를 비교해봤습니다.
결과는 단순했어요. 전부 달랐습니다. 성분도, 배합도, 첨가물 구성도요. ‘친환경’이라는 같은 말 아래에 있었는데도요.
그날 이후로, 제 머릿속에 한 문장이 남았습니다.
포지셔닝만으로는 제품을 판단할 수 없다.
우리는 ‘무첨가’, ‘클린’, ‘친환경’ 같은 라벨을 믿고 선택합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런데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도 제품은 제각각이고, 내 기준에 맞는 걸 고르려면 결국 뒷면을 하나하나 뒤집어봐야 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에요. 성분표는 길고, 용어는 어렵고, 브랜드를 바꾸는 순간 비교 기준이 흔들립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일상에서 계속 하기엔 너무 번거롭고 피곤한 일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할 수는 있어도, 매번 하긴 어려운 일”이에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정리해주는 앱이 있으면 좋겠다.”
제품을 검색하면, 내 기준(피하고 싶은 성분, 선호하는 배합, 첨가물 최소화 같은 것들)을 반영해서 “이 부분은 확인해볼까요?” “이 제품은 이런 점이 달라요.” “대안이 있다면 이런 선택도 있어요.” 하고 조용히 안내해주는 서비스요.
당연히 누군가 이미 만들어놨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찾아봤어요.
해외에는 비슷한 서비스가 있었는데, 국내에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딱 맞는 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조금 더 해볼게요. 오늘은, 그때 제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저는 AI에게 물어봤습니다.
“이런 앱을 만들고 싶은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고, 이상하게 따뜻했어요.
“물론이죠.”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 “물론이죠”가 얼마나 많은 뜻을 품고 있는지요.
‘할 수 있다’와 ‘쉽다’는 완전히 다른 말이라는 것. 데이터가 “있다”는 것과, 그 데이터를 “쓸 수 있다”는 건 다른 문제라는 것. 정부 서버에 100만 개의 제품 데이터가 있더라도, 그걸 제대로 끌어오고, 정리하고, 믿을 수 있게 만들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건 조금 뒤의 이야기고요.
그날의 저는 그냥 신이 났습니다. 한 문장이 사람을 이렇게 움직일 수도 있구나, 처음 알았어요.
이 연재는 그 이후의 기록입니다.
처음인 사람이 AI와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 정부 데이터와 씨름하고, 2,434건의 데이터가 통째로 틀렸다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AI 두 명에게 동시에 “이제 좀 그만하시죠”라는 말을 듣고도 (네, 정말로요) 그래도 계속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전문 용어가 나오면 최대한 쉬운 말로 풀어두겠습니다. 저부터가 그래야 이해하는 사람이니까요. 대신, 쉽게 쓰되 얼버무리지는 않겠습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가능한 한 솔직하게 남겨보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호빵 뒷면을 뒤집어보는 것부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