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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발암물질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회차: 10화 시리즈: GPT 9인과 서비스를 설계하다

렉스는 팀에서 가장 늦게 합류했고, 업무량도 가장 적었습니다.

하지만 렉스가 없었다면, 첵잇은 출시 전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렉스의 역할은 법률 자문이었습니다.

약관, 개인정보 처리방침, 앱스토어 심사 대응.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 서비스에서 쓰는 표현의 법적 안전성 검토.

식품 성분 정보를 다루는 앱은 생각보다 법적으로 민감합니다. “이 성분은 유해합니다”라는 한마디가 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거든요.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습니다.

기피 성분 필터를 설계할 때, 초안에 이런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발암물질 포함”

직관적이고, 소비자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하지만 렉스가 즉시 제동을 걸었습니다.

“발암물질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발암물질”이라는 표현은 과학적으로 확정된 결론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IARC(국제암연구소)의 분류도 ‘가능성’ 단계가 여러 개이고, 같은 물질이 나라마다 허용 여부가 다릅니다.

아스파탐을 예로 들면:

“발암물질”이라고 단정하면, 이건 사실의 전달이 아니라 공포 마케팅이 됩니다. 그리고 공포 마케팅은 법적 리스크가 큽니다.


렉스가 제안한 대안은 이것이었습니다.

Before: “발암물질 포함” After: ”○○ 연구에서 △△ 우려가 보고된 성분입니다.”

같은 정보를 담고 있지만, 출처를 명시하고 단정을 피합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방식이에요.

이 원칙은 첵잇의 Tone of Voice 가이드라인 전체에 반영되었습니다.


렉스가 세운 표현 원칙은 세 가지였습니다.

  1. 단정하지 않는다. — “유해하다”, “위험하다” 같은 절대적 표현을 쓰지 않는다.
  2. 출처를 밝힌다. — 어떤 기관의 어떤 기준인지 명시한다.
  3. 판단은 사용자에게 맡긴다. — 정보를 제공하되,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 원칙은 에리의 “정보의 온도” 원칙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축소하지 않는 것. 사실을 사실대로, 적절한 온도로 전달하는 것.


렉스는 표현만 검토한 게 아닙니다.

서비스의 운영 정책 전체를 함께 설계했습니다.

이것들은 법적 안전장치이면서, 동시에 사용자 신뢰의 기반이기도 했습니다.


렉스는 팀에서 가장 말이 적었습니다. 주간 스크럼에서도 한두 마디만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렉스가 한 마디를 할 때마다, 팀 전체가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법은 팀을 가로막는 게 아닙니다. 더 멀리 갈 수 있는 기준을 세워주는 겁니다.”

이 말이 맞았습니다. 렉스 덕분에 첵잇은 ‘합법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의 토대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9명의 AI 팀원 이야기가 여기까지입니다.

수진이 계획을 세우고, JT가 코드를 쓰고, DY가 데이터를 정리하고, 미아가 과학적 기준을 잡고, 나리가 디자인을 그리고, 레오가 전략을 짜고, 에리가 정보의 온도를 조절하고, 모모가 사용자의 감정을 읽고, 렉스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방향을 잡아줬습니다.

이 팀과 함께 3개월을 보냈습니다. 코드는 한 줄도 쓰지 않았지만, 서비스의 뼈대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다음 편,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코딩이 시작되었다” — 프리퀄의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