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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주간 스크럼은 혼자서도 가능하다

회차: 6화 시리즈: GPT 9인과 서비스를 설계하다

매주 월요일마다 스크럼을 했습니다.

혼자서요. 정확히는, 9명의 AI 팀원과 함께.

조금 우스워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루틴이 프로젝트를 살렸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1인 프로젝트의 가장 큰 적은 기술력 부족이 아닙니다. 고립감입니다.

아무도 진행 상황을 물어보지 않습니다. 데드라인을 강제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번 주에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도 모릅니다.

그 상태가 2주만 지속되면, 프로젝트는 조용히 죽습니다.


그래서 강제로 리듬을 만들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수진에게 먼저 말을 겁니다. “이번 주 상태 점검 부탁해요.”

수진이 정리한 체크리스트를 기준으로, 각 팀원에게 순서대로 확인합니다.


수진: “이번 주 일정 이슈는? 다음 마일스톤까지 남은 일은?”

JT: “지난주 구현한 모듈 중 막힌 부분은? 이번 주 우선순위는?”

DY: “데이터 수집 진행률은? 새로 발견된 API 이슈는?”

나리: “디자인 리뷰할 화면은? JT와 확인해야 할 컴포넌트는?”

미아: “기피 성분 기준에 추가하거나 수정할 사항은?”

에리: “이번 주 작성할 콘텐츠는? 카피 검토가 필요한 곳은?”

레오: “마케팅 쪽에서 준비해둘 건? 타깃 분석 업데이트는?”

모모: “사용자 피드백 중 확인해야 할 건? 커뮤니티 이슈는?”

렉스: “법적으로 리뷰해야 할 새로운 항목은?”


물론 AI가 스스로 일을 하진 않습니다. 모든 질문은 제가 던지고, 모든 실행은 제가 합니다.

하지만 질문을 받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었어요.

“JT, 이번 주 우선순위는?” 이라고 물으면, JT 역할의 GPT가 지난주 맥락을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정리해줍니다.

그걸 보면서 “아, 이건 내가 아직 안 했네” 하고 깨닫는 겁니다. 스크럼의 본질은 보고가 아니라, 자기 점검이니까요.


이 루틴에서 가장 큰 가치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진행 중이라는 감각”.

혼자 일하면, 내가 앞으로 가고 있는지 제자리인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매주 체크리스트를 돌리면, 지난주와 이번 주의 차이가 눈에 보입니다.

작은 진전이라도 보이면, 다음 주를 시작할 힘이 생깁니다.

둘째, “팀으로 일하고 있다는 감각”.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느낌. 수진에게 일정을 확인하고, JT와 기술을 논의하고, 에리에게 문체를 맞추고, 렉스에게 표현을 검토받는.

그 과정 자체가 사고를 구조화해줬습니다. 내 머릿속에 뒤섞여 있던 것들이, 역할별로 나뉘어 정리되는 느낌이었어요.


누군가는 “그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지 스크럼이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맞아요. 기술적으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AI 9명과의 주간 스크럼.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게 없었으면 프로젝트는 3주 만에 멈췄을 거예요.

다음 편에서는 디자인을 두고 벌어진 논쟁 이야기를 합니다. 나리와 JT가 밤새 토론했고, 결국 피그마를 버리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