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는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만들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첨가물에는 “천연”과 “합성”이 있다는 걸 대부분 알고 계실 거예요.
소비자 10명 중 8명이 “천연 첨가물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직감적으로 그럴듯하죠. 자연에서 온 것이 화학 공장에서 나온 것보다 나을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첵잇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이미 그 정보가 있었습니다. B1은 화학적 합성, B2는 천연. 코드 한 줄이면 첨가물 옆에 “천연 🌿” 또는 “합성 🧪” 배지를 붙일 수 있었어요.
반나절이면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좋아할 것도 뻔했어요.
그런데 습관처럼, 구현 전에 리서치를 했습니다.
식약처 공고를 뒤지다가, 멈췄어요.
한국은 2018년에 천연/합성 이분법을 폐지했습니다.
이유가 흥미로웠습니다. “천연”이라는 라벨이 “안전하다”는 신호로 오해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는 천연 추출물도 정제 과정을 거치고, 합성 물질도 순도가 더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비타민C를 예로 들면, 아스코르브산(합성)과 아세로라 추출물(천연)은 화학적으로 같은 물질이에요. 하지만 “합성”이라고 적으면 사람들은 뭔가 나쁜 느낌을 받습니다.
약국의 비타민 진열대에서 “이건 합성이에요”라고 표시하면,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불안을 전달하는 것이 됩니다.
4명의 AI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만장일치 기각.
그 중 한 명이 정곡을 찔렀어요.
“첵잇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분류 코드’입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받아들이는 것은 거의 항상 ‘안전성 신호’입니다.”
식당 메뉴판에 칼로리를 적는 건 정보 제공입니다. 하지만 특정 메뉴 옆에 빨간 느낌표를 붙이면, 그건 경고가 됩니다.
같은 숫자인데, 프레이밍이 의미를 바꿉니다.
코드 한 줄도 쓰지 않았습니다. DB에 있는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기로 했어요.
이 결정이 꽤 어려웠습니다.
“데이터가 있는데 왜 안 보여줘?”라는 질문에 “보여주면 오해를 만드니까”라고 답하는 건, 직감에 반하는 일이거든요.
개발자라면 “있으면 보여주는 게 당연하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보 서비스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것도 설계입니다.
비슷한 결정이 몇 번 더 있었어요.
보여줄 수 있지만 보여주지 않기로 한 것들. 만들 수 있지만 만들지 않기로 한 것들.
매번 같은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
“할 수 있다”와 “해야 한다”는 다른 말이다.
첵잇은 후자만 합니다.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반대 이야기를 해볼게요. “반드시 해야 하는데, 안 되던 것” — 검색이 4.5초 걸리던 날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