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서비스를 열어봤습니다.
평소처럼 뭔가를 확인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그냥 사용자 입장에서, 처음 들어온 사람처럼 화면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멈췄습니다.
인테리어를 끝낸 집이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몇 달에 걸쳐 벽지를 고르고, 가구를 배치하고, 조명을 달았습니다. 마지막 날, 현관문을 닫고 슬리퍼를 신고 거실 한가운데 섰어요. 처음 오는 손님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소파 쿠션이 비뚤어져 있고, 선반 위에 공구 상자가 놓여 있고, 현관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첫인상이 음침합니다.
제 서비스가 딱 그런 상태였어요.
데이터는 잔뜩 쌓여 있었고 (이전 화에서 101개 질문도 만들었죠), 기능도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면에서 느껴지는 건 “데이터 덤프”였어요.
docs에는 “배려형 서비스”라고 적어놨는데, 실제 화면은 성분표 원문을 그대로 뿌리고 있었습니다.
문서가 약속하는 것과 화면이 전달하는 것 사이에 강이 하나 있었습니다.
보통이라면 혼자 고민하거나, 주변에 물어봤을 거예요. 그런데 저에게는 조금 특별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AI 5명에게 동시에, 독립적으로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가 느낄 첫인상은?” “지금 화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3가지는?” “어디를 먼저 고쳐야 해?”
같은 브리핑 문서를 5곳에 보내고, 서로의 답을 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투표용지를 밀봉해서 동시에 개봉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에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8개 항목에서 만장일치였어요.
“첫 화면에서 사용자가 받는 가치가 없다.” “성분 정보가 있는데 해석이 없다.” “프로필을 설정하지 않으면 서비스의 핵심을 경험하지 못한다.”
5명이 서로 다른 표현을 썼지만, 가리키는 곳은 같았습니다.
반면 5개 항목에서는 의견이 갈렸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어요.
갈림길에서 어떻게 결정했냐고요?
기획 문서로 돌아갔습니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이어져 온 첵잇의 정체성 — “내 상황에 맞는 식품 성분 해석기”. 이 문장에 더 가까운 쪽을 선택했습니다.
AI들의 의견은 사실 UX의 기본 원칙에 가까운 것들이었어요. 첵잇만의 맥락에서 무엇이 맞는지는 결국 제가 판단해야 했습니다.
아침에 시작한 작업이 저녁에 끝났습니다.
4시간 만에 방향이 결정됐고, 그날 밤 수정된 버전이 배포됐어요.
달라진 건 코드의 양이 아니라 관점이었습니다.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에서, 데이터를 해석해서 건네주는 것으로. “여기 성분표가 있어요”에서, “이 제품은 당신의 기준에 맞아요”로.
그 변화가 생각보다 적은 코드로 가능하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그날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이거예요.
만든 사람은 자기 서비스를 볼 때 코드를 봅니다. 사용자는 화면을 봅니다.
그 간극을 메우려면, 가끔은 자기 서비스를 낯선 사람의 눈으로 바라볼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용기를 북돋아줄 AI 5명이 있으면 더 좋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AI 감리자에게 “코드를 읽어봤냐”고 물은 이야기를 해볼게요. 대답이 꽤 솔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