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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이걸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회차: 19화

18화에서 서비스를 배포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검색, 성분 확인, 비교 기능이 동작하는 상태. 아직 베타지만,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이걸로 어떻게 먹고살 수 있지?


2화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국내에서 식품 원재료를 분석해주던 앱이 하나 있었는데, 2022년에 서비스가 종료됐다고요.

그 서비스가 문을 닫은 이유 중 하나가 수익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성분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나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어려웠다고.

저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사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호빵 뒷면이 궁금해서 시작했고, 데이터가 재미있어서 계속했고, 만들 수 있으니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 규모가 커졌어요. 데이터베이스에 제품 100만 개가 들어가 있고, 매일 밤 자동으로 동기화가 돌아가고, 규제 변경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이 정도면 그냥 취미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익 모델을 고민해봤습니다.

구독 모델? 매달 얼마를 내면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게 하는 것. 하지만 성분 정보라는 것이 ‘더 자세한 것’과 ‘덜 자세한 것’으로 나누기가 쉽지 않았어요.

광고? 식품 성분을 분석해주는 서비스에 식품 광고를 넣으면 신뢰도가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이 제품은 첨가물이 많습니다” 옆에 그 제품 광고가 나오면 좀 이상하겠죠.

대안 제품 추천 수수료? “이 제품 대신 이걸 드세요” 하고 추천하면서 추천 제품의 판매 수수료를 받는 것. 가능성은 있지만, 추천의 객관성이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모델도 깔끔하지 않았습니다.


이 고민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겁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신이 생긴 것이 있어요.

수요는 있다는 것.

2화에서 화장품 성분 앱이 증명했듯이, “성분을 보고 제품을 고르고 싶다”는 수요는 존재합니다. 화장품에서는 1,100만 사용자가 그걸 증명했고요.

식품에서는 아직 그 답이 나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이렇게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쓸 만한 서비스를 만들자.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유용하다고 느끼는 서비스.

수익 모델은 그 다음에 고민하자. 사용자가 없으면 수익 모델을 아무리 잘 설계해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이건 교과서적인 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가장 정직한 답이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저에게 준 것.

사업적 수익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는 많은 것을 배웠어요.

데이터베이스가 뭔지, API가 뭔지, 파싱이 뭔지, 매칭이 뭔지.

프롤로그에서 “파싱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도 잠깐 멈칫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파싱이 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8화에서 했잖아요.)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 AI와 함께, 100만 개의 제품 데이터를 다루는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것. 그 사실 자체가 어쩌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아요.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믿습니다.

아직 그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에요.

다음 화에서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데이터를 쓰면서 느꼈던 것들을, 데이터를 제공하는 곳에 전하고 싶다는 이야기요.